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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해제
미상인이 미상시기 미상과거에서 작성한 시의(詩義) 시권(試券)이다. 즉 이 시권은 누가 언제 무슨 과거시험에서 작성한 시권인지가 모두 미상이고, 알 수 있는 것은 고시과목이 경의(經義) 중 시의(詩義)라는 점, 그 시제(試題)가 『시경』의 싯구라는 점, 시권의 자호(字號)가 ‘칠지(七枝)’이고, 과차(科次)가 ‘갱(更)’이며, 등제(等第)가 ‘삼지이십륙(三之二十六)’이라는 점 등이다. 이 시권의 작성자는 일단 이 시권이 강릉의 경주김씨 집안에서 나왔다면 그 집안의 어떤 인물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자세한 정보는 이 시권의 비봉(秘封)이 일실되었으므로 알 수가 없다. 이 시권이 어느 시기의 무슨 과거에서 작성되었는지도 미상이다.
고시과목은 경의(經義)인데, 이는 오경(五經)에 기술된 내용 중 이해하기 어렵거나 의심스러운 단구(短句)에 대해 경문의 의미[經義]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그에 응하여 해설을 제시하는 형식의 제술(製述; 글짓기) 시험의 한 과목이다. 출제하는 경전의 종류에 따라 역의(易義)·서의(書義)·시의(詩義)·예의(禮義)·춘추의(春秋義)라 이른다. 이 시험은 시제가 오경 중 『시경』의 구절에서 출제 되었으므로, 오경(五經)의 경의(經義) 중 시의(詩義)에 해당한다. 시의(詩義)란 곧 『시경』의 단구(短句)에 대해 의미를 해설하는 논술시험이라 하겠다. ‘경의’는 식년 및 증광 생원시의 초시·복시, 식년문과의 초시·복시, 증광문과의 초시에서 고시하는 과목이다.
시제의 출처는 『시경』 「대아(大雅)·황의(皇矣)」의 ‘상제께서 명덕한 군주를 옮겨놓으셨도다[帝遷明德]’라는 싯구이다. ‘명덕한 군주’란 곧 주나라 문왕(文王)의 할아버지인 태왕(太王) 고공단보(古公亶父)를 지칭한다. 경의(經義)의 작성은 경전 본문의 의미를 마치 주석가가 해설하듯이 주해자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하되, 논리적인 전개를 위해 서론‧본론‧결론에 해당하는 허두(虛頭)‧중두(中頭)‧편종(篇終) 등의 투식에 따라서 작문하여야 한다. 작문의 전체 분량은 대략 30항(行) 정도를 채우면 된다. 경의의 투식어로는 대개 기두(起頭)에 ‘오호(嗚呼)’ 또는 ‘우(吁)’라는 감탄사를, 대미(大尾)에 ‘근의(謹義)’라는 결미어를 각각 사용하였다. 본 시권의 경우 제문(製文)의 절반 이상이 결락되었으므로, 작품의 길이[분량]는 알 수 없다. 또 투식어도 기두에서 ‘우(吁)’라는 감탄사를 사용한 점만 확인할 수 있을 뿐, 결미어는 알 수가 없다.
시권 첫머리의 하부에 보이는 ‘칠지(七枝)’라는 글자는 시권을 제출한 순서에 때라 천자문의 매 글자를 순차적으로 열 번씩 사용하여 매긴 자호(字號; 시권 관리번호)이다. 이 자호에 따르면 이 시권은 3,600번째 제출한 셈이 된다. 과차는 ‘갱(更)’인데, 이는 15개의 과차 등급 중 13번째의 등급에 해당한다. 15개의 과차 등급은 곧 ‘상상·상중·상하, 중상·중중·중하, 하상·하중·하하, 차상·차중·차하·갱(更)·외(外)·위(違)’이다. 제문(製文)의 중간 중간에 그어진 붉은 색의 수선(垂線)은 잘못되었거나 흠결이 있는 문구에 표시하는 비말(批抹)의 평점부호로, 감점 요인임을 의미한다.등제(等第)는 ‘삼지이십륙(三之二十六)’이다. 이 등제의 전체 석차는 과종(科種)과 시험단계가 모두 미상이므로 추정하기가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