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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해제
미상인의 간찰이다. 문중 내 혼인 문제와 관련하여 유학자의 도덕적 판단과 강력한 경계심을 표현한 매우 엄중한 내용의 서찰이다. 발신자는 먼저 결혼이나 장례에 있어 재물로 서로를 도와주는 것은 인인군자(仁人君子)의 선한 행위라며, 이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이고 진정한 호의에서 비롯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강압이나 위력에 의해 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혼사를 성사시키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단언하며, 이런 경우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문중 내 여산(礪山) 종인, 무가객(無家客), 신도(新都) 지역의 몽공(夢孔)의 동생 등이, 관의 힘을 빌어 본래 원치 않는 여자 집안에 혼사를 강요하려 한다는 소문을 전하며, 이는 만에 하나라도 허락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심지어 이런 유형의 일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혼인 청탁이나 압력성 부탁은 일절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일반적인 원칙으로 확대해 경계하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장씨(張氏)의 사례를 보지 않았느냐며 실제 사례를 들어 다시 한 번 단호하게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戒之戒之]”라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이 간찰은 유교 사회에서 혼인의 본질이 단순한 집안 간 결합이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와 도덕적 정당성에 기초해야 함을 분명히 밝힌 문헌으로, 당대의 가부장적 풍습이나 권위적 혼사 관행에 대해 신응조가 얼마나 원칙적이고 강직한 태도를 견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관권을 동원하여 강제적 혼인을 추진하는 행태에 대해 일말의 타협 없이 엄중하게 경계한 점은, 그의 도덕적 신념과 문중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간찰은 유학자의 윤리관, 여성 인권에 대한 자각, 문중 내 혼사 행정의 원칙 등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회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원문
濟婚葬 自是仁人君子之善行
此謂以財物相助給 非勒迫不願
之女家 而成其慾也 此處正不可放
過也 今礪山宗人 無家客及新都夢
孔之弟 皆是欲藉官力 而勒取不願之
女家者 則萬萬不可聽施者 千萬戒
之也
無論某事 凡屬請囑 切勿聽施也
不觀於今番張家事乎 戒之戒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