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년 즉일에 기하(記下) 권중본(權中本)이 안부를 주고받고 근황 등을 알리고자 발급한 간찰이다. 발급자는 상대에 대해 자신을 ‘記下’라고 표현하여 평교 이하의 관계로서 어느 정도 안면이 있던 사이로 추정된다. 별도의 피봉이 없어 수신자는 미상이다. 동 문중 소장 문건 가운데 동일 발급자의 간찰이 몇 건 존재하는데, 수신자 정보로서 주로 계천당(溪天堂, 信天堂의 오독으로 추정) 또는 월포(月圃)가 있어 이 간찰 역시 월포 심능규(沈能圭, 1790~1862)로 추정되나 미상이다. 처음, 답장을 올린다고 언급한 뒤, 밤새 안후가 여러모로 좋다는 소식을 받아 위로된다고 하면서 자신은 이전대로 지낸다는 근황을 간략히 전했다. 그저께 상대가 부탁한 일은 마땅히 약속대로 하는데, 늦을 것 같다면 김 영감[金令]이 당연히 출입할 듯하니 이른 아침을 먹고 난 뒤 재동(齋洞, 현 종로구 소재지)에 가서 기다릴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 간찰은 전반적으로 간찰의 투식은 갖추어져 있으나 어느 중요한 사안만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발급한 일종의 적바람일 수 있다. 즉, 상대가 부탁한 일에 대해 경과나 결과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발급한 것으로, 부탁한 실제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정황상 재동에 사는 김씨 성의 영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거나 청탁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당시 행해진 청탁 관행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발급자 권중본은 자세한 이력은 미상이다. 다만 1821년(순조21) 12월 14일에 관학유생 연명상소 및 1848년(헌종14) 경상‧충청‧전라‧강원‧황해‧경기의 6도 유생 연명상소에서 각각 유학(幼學)의 직역으로서 명단에 보인다. 또한 1849년에 통례원 가인의(假引儀)에 제수된 뒤 각종 왕실 향제례에 알자(謁者)‧동서창(東西唱)‧찬인(贊引) 등으로 역할을 수행하였고, 1858년에는 제용감주부‧감찰, 1859년에 평릉찰방(平陵察訪)에 제수된 이력이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