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4월 26일 강릉부사가 하남면(河南面) 순포리(蓴浦里)의 두민(頭民)과 이곳으로 파견한 장교(將校)에게 보낸 전령(傳令)이다. 강릉 정동면(丁洞面) 오죽헌(烏竹軒)에 사는 권 좌랑 집에서 안장(安葬)하기 위해 몇 년 전에 하남면 순포리에 집터를 매입해 두었다. 그런데 안장하려는 날에 순포리에 사는 백성들이 이유 없이 훼방하는 바람에 낭패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강릉부사가 장교를 파견하고 전령을 내려 순포리 백성들을 일일이 잘 타일러서 아무 탈없이 상여를 호위하되, 계속 방해하는 자가 있다면 이름을 지목하여 관으로 잡아와서 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하도록 지시하였다. 두민은 마을의 대표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면의 풍헌(風憲)이나 존위(尊位)의 직임은 양반이 맡았으나 두민이나 이정(里正)의 직임은 상민(常民)이 담당하였다. 1892년 10월에 권 씨의 종 삼복이 올린 발괄인 ‘A004_01_A00426_001’은 이 전령의 관련문서로 추정된다. 따라서 본 전령의 발급년도인 ‘정유년’을 1897년으로 추정하였으며, 이 발괄을 통해 위 사건의 전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1895년 9월에 이루어진 지방제도개편으로 인해 23부인 강릉부 아래 4등 강릉군으로 개편하여 부사가 아닌 군수를 두었으며, 병신년(1896) 6월에 이계흥(李啓興)을 강릉군수로 임명하였다. 그러므로 이 전령을 내린 지방관은 이계흥이나, 본 전령의 착압(着押)은 ‘군수(郡守)’가 아닌 행사(行使)로 되어 있다. 이는 당시 지방제도개편의 혼란으로 인해 빚어진 현상으로 추정된다. 사인(私人)의 이장(移葬)에 지방관이 장교를 파견하고 장례행렬을 보호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전령은 조선시대에 드물지 않은 사례이다. 1861년에 간행된 간찰 서식집인 『간독정요(簡牘精要)』에는 「칭념(稱念)」 조항이 실려 있으며, 칭념의 여러 예문 중에는 병풍이나 차일 등의 비품뿐만 아니라 장교의 동원이나 묘직노(墓直奴)의 면역 등의 청탁 내용인 ‘묘각청(墓閣請)’이 실려있어, 이러한 청탁은 일반적인 현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권 좌랑이 순조로운 이장을 위해 강릉부사에게 청탁하였으며, 강릉부사는 권 좌랑의 청탁내용에 따라 전령을 내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