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생신 잔치 운자1)에 차운하여 추후에 올리다 그대 경륜 있어도 행하지 못해 애석한데 대붕 나는 바다의 길 준마로 가는구나2) 부귀공명은 재천이라 청운의 꿈 늦기에3) 평지에 사는 신선이라 백발이 다 되었네 육십 년은 짧은 세월 아니라고 말하지만 열 명 중 아홉 명은 오래 살기 원한다오 손자 아이 대추4) 찾아 쟁반에다 올리고는 반무5) 추며 아버지 따라 손님을 맞는다네 성묘할 때의 운6)에 삼가 차운하다 외진 혜곡7)에 사니 찾아오는 이 드물어 일찍이 아름다운 교분8) 맺어 따랐네 당시 가난해도 학문 좋아함을 아는 사람 적어9) 근년에 홀아비 된 것을 흠이라 한다오10) 선영이 매우 가까워 위로하며 함께 가며 비가 개인 단풍 숲길 진흙탕 감당하였지 우리네 교분 맺고 닦는 일에 노력하여 훗날에 묘도의 글11)을 서로서로 쓰세나 경술년12) 동지 후 3일에 북해의 복제가 절하고 글을 짓다[白狗南至後三日 北海服弟拜稿] 1) 생신 잔치 운자 : 이 시의 운자는 영(迎)자 운으로 평성 경(庚)자 운목에 속한다. 2) 대붕 ~ 가는구나 : 대붕(大鵬)은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첫머리에 나오는 신화 속 새로, 남명(南冥) 즉 천지(天池)를 향해 날아갈 적에 삼천 리에 걸쳐 바다 물결을 치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때마침 불어오는 회오리바람을 타고서 구만 리 위로 날아오른다고 한다. 보통 말보다 뛰어난 준마이지만, 대붕이 날아가는 바다를 건너가기에는 무척 힘이 든 것을 표현한 것이다. 3) 부귀공명은 ~ 늦었기에 : 원문의 ‘청운(靑雲)’은 높은 지위나 벼슬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청운을 바랐지만, 부귀공명은 하늘에 달려있기에 원하는 것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말한 것이다. 4) 대추 : 장수를 상징한다. 『사기(史記)』 권28 「봉선서(封禪書)」에, 진(秦)나라 때 안기생(安期生)이란 사람은 크기가 하상장인(河上丈人)에게 신선술을 배워 장수하였는데, 참외만한 큰 대추를 먹었다고 한다. 5) 반무(斑舞) : 춘추 시대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칠십에 부모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하여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6) 운자 : 이 시의 운자는 제(題)자 운으로 평성 제(齊)자 운목에 속한다. 7) 혜곡(蕙谷) : 강릉 창녕조씨 명숙공종가 고문서 중에 간찰 수신자로 혜곡을 확인할 수 있으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8) 아름다운 교분 : 전국시대 초(楚)나라 굴원(屈原)의 〈이소(離騷)〉에 “나무뿌리를 캐어 채초(茝草)를 묶고, 벽려에서 떨어진 꽃술을 꿰어 찬다.[擥木根以結茝兮 貫薜荔之落蘂]”라고 하였는데. 채초는 향초의 하나이다. 또 원문의 ‘휴’(觿)는 뿔송곳으로 매듭을 푸는데 사용하는 도구인데, 남자가 성년이 된 뒤에 차고 다니는 패물 중 하나이다. 시를 받는 대상과 시인과의 교분이 대대로 맺어온 세교(世交)를 말하는 듯하다. 9) 당세 ~ 적은데 : 원문의 ‘빈호학(貧好學)’은 가난해도 학문을 좋아한다는 말로 시적 대상의 인품을 공자의 제자 안연(顏淵)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10) 근년에는 ~ 흠이라오 : 원문의 ‘노무처(老無妻)’는 홀아비를 뜻한다.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하」에 “늙어서 처가 없음을 환이라고 하고, 늙어서 남편이 없음을 과라고 하고, 늙어서 자식이 없음을 독이라고 하고, 어려서 부모가 없음을 고라고 한다. 이 네 종류는 천하의 곤궁한 백성들로 어디에도 고통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라고 한데서 온 것이다. 여기서 시적 대상이 홀아비였음을 말한 것이다. 11) 묘도(墓道)의 글 : 묘갈(墓碣)ㆍ묘비(墓碑)ㆍ묘지(墓誌)및 묘표(墓表) 등의 글을 말한다. 12) 경술년(庚戌年) : 원문의 ‘흰 개[白狗]’는 경술년을 말하나 더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13) 복제(服弟) : 동배 사이에 나이가 몇 살 더한 사람에게 대하여 일 년이 안 되게 상복을 입은 복인(服人)인 자기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을 지은 이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