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년(고종9) 12월 29일에 심씨(沈氏)의 노(奴) 귀만(貴萬)이 최씨(崔氏)의 노 길봉(吉奉)에게 논을 팔면서 작성한 토지 매매문기다. 노 귀만은 자신의 상전댁이 긴요하게 쓸 곳이 있어서 선대로부터 전래된 논을 팔게 되었다고 방매사유를 적었다. 매물은 소대(小坮)에 있는 하자(河字) 자호의 39분답(分畓)과 담자(淡字) 자호의 91답과 75답으로 세 곳이다. 39분답의 면적은 수확량 기준으로 3부(負), 91답은 6부 5속(束), 75답은 1부 2속이다. 이 세 곳을 합한 면적은 10부 7속이고 파종량 기준으로는 5마지기[斗落只]이다. 거래가는 전문(錢文) 290냥이다. 이 거래에 박종한(朴宗漢)이 증인으로, 심씨의 노 삼득(三得)이 필집(筆執)으로 참여하였다. 필집은 용어 그대로 ‘붓을 잡는 사람’으로서 대서인(代書人)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계약서인 문기를 작성하고 착명을 한다. 필집은 양반층이 작성하기도 하지만 이 문기의 경우처럼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면 신분에 관계없이 노비도 필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