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3년(정조7) 계묘식년을 맞아 이시춘(李時春, 1736~1785)이 주호(主戶)로서 주관하여 강릉현에 제출하여 확인 후 환급받은 호구단자이다. 이 문서는 본질적으로는 호구단자이나 그 양식에 있어 준호구의 특성이 많이 혼재되어 있다. 우선 이시춘 호의 가족 구성원과 주호 및 처의 4조 기록이 각각의 줄에 열서(列書)되고 있으며, 주호 기록의 시작 부분에 주묵으로 점을 찍어 확인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 문서가 호구단자로 제출되었다가 돌려받은 문서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시춘의 부 이내번(李乃蕃, 1703~1781)의 직역 기록 중 “노직(老職)”에 있는 주묵의 삭제 표시 역시 확인 과정에서 표시한 것이다. 이시춘 호가 몇 통인지를 나타내는 곳이 비어 있는 것 역시 이 문서가 호구단자임을 보여준다. 준호구로 볼 수 있는 양식도 동시에 나타난다. 첫 줄의 “건륭48년 정월일 강릉부(乾隆肆拾捌年正月日江陵府)”라는 기록부터 준호구의 서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문서의 본문이 “고경자성적호구장내(考庚子成籍戶口帳內)”로 시작해서 “등경자호구상준자(等庚子戶口相準者)”로 끝나고 있는데 이 역시 준호구의 서식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시작 부분에 해당 식년의 간지인 “계묘(癸卯)”를 써야 하는 것을 지난 식년의 간지인 “경자(庚子)”로 기록하였다. 문서의 끝부분에는 강릉부의 수령으로 3품관 상계인 “대도호부사(大都護府使)”라고 담당관을 기록하고 그 아래에 해당 관의 착압(着押)을 각압(刻押)하였다. 그러나 당시 강릉은 1782년 이택징(李澤徵)·이유백(李有白) 사건과 관련하여 이택징이 살던 곳이라는 이유로 현(縣)으로 강호(降號)된 상태였다. 따라서 “대도호부”가 아닌 “도호현(都護縣)”이라 써야 하며, 문서 첫 줄의 “강릉부”도 “강릉현”으로 고쳐야 한다. 이와 같은 잘못은 이 문서가 준호구가 아니라 민간에서 작성한 호구단자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따라서 관의 착압은 강릉부사가 아니라 강릉현감의 것이다. 이 문서의 앞부분에는 관인(官印) 1과(顆)를 날인하였다. 문서의 끝부분에는 주협개인(周挾改印)을 기울여 날인하였고, 여기에 겹쳐서 주묵으로 “준(准)”이라 기록하였다. 관의 착압과 관인 등은 제출한 문서의 진정성을 관에서 인정·확인하였음을 의미한다. 주협개인은 문서의 내용 중 삭제하거나(周), 끼워넣거나(挾), 고친(改) 글자의 수를 나타내고, 없을 경우 “주협무개인(周挾無改印)”을 날인하도록 하였는데, 이 문서에서는 “주협무개인(周挾無改印)”을 상투적으로 날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서를 살펴보면 노비질의 비 계녀(癸女) 앞에 “이생(二生)”이란 두 글자를 끼워 넣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시춘이 이 호구문서를 작성한 시기는 1783년 정월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8세기 중엽 이후 각 읍의 호적작성은 이미 식년 전해 하반기면 시작되었다. 따라서 식년 정월로 기록된 호구단자는 실제로는 식년 전해에 작성되는 경우가 많이 존재했다. 이시춘 호는 현재 선교장이 소재한 강릉시 운정동인 부북면(府北面) 정동(亭洞) 제3조산리(第三助山里)에 소재했다. 몇 통인지는 기록되지 않았고, 통수만 유태망(柳泰望)으로 확인된다. 이내번 호는 유태망 통내 제2호로 편제되었다. 이 호구단자에 따르면 이시춘 호는 3구의 가족구성원과 50구의 노비로 구성되어 있다. 가족구성원은 이시춘과 그 처 안동권씨 내외, 그리고 어머니 원주원씨이다. 지난 식년까지 주호이던 이내번(李乃蕃, 1703~1781)이 사망하였고, 주호의 자리는 그 아들 이시춘에게 승계되었다. 이런 경우 대체로는 사망한 부의 성명을 먼저 기록하고 “고대자(故代子)”라고 언급한 후 주호를 계승한 아들 이름을 기록함으로써 이전 주호가 사망과 아들의 주호 승계를 명확히 보여주는데, 이 문서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시춘은 48세로 직역은 유학(幼學)으로 나타난다. 이시춘의 직역은 계속 유학이었다가 지난 두 식년간 종5품 상계의 품계인 통덕랑(通德郞)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번 식년에 다시 유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지난 식년 통덕랑의 품계는 모록(冒錄) 또는 납속직(納贖職)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시춘은 이내번의 아들로 선교장을 계후하였지만, 그 생부는 이내번의 형인 이중번(李重蕃, 1688~?)이다. 이 문서에서도 부 이내번을 기록한 후, 이어서 생부 학생 이중번이라 기록하여 그 계후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시춘의 4조는 부친이 이내번, 조부가 이주화(李冑華, 1647~1718), 증조가 이광호(李光澔, 1593~1677)이며, 외조부가 원치대(元治大)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데 여기에는 족보상 이시춘의 증조부인 이집(李集, 1619~?)이 누락되어 있다. 즉 족보에 따르면 이광호는 고조로 호구단자에는 기록이 빠지게 된다. 부, 조, 증조는 관직을 보유하였지만 외조 원치대는 학생(學生)으로 나타난다. 부 이내번은 강릉에 입향하여 선교장을 일군 장본인이다. 직역란에는 종2품 하계의 가선대부 품계와 역시 종2품인 동지중추부사의 관직을 노직(老職)으로 받았다고 기록하였다. 그러나 관의 확인과정에서 주묵으로 “노직(老職)”을 삭제하고 있다. 조 이주화는 종2품 가선대부 이조참판의 관직과 그 겸직으로 동지의금부사(同知義禁府事)와 오위도총부 부총관(副摠管)의 관직에 추증되었다. 그리고 증조 이광호는 예전부터 보유해 왔던 통훈대부의 품계와 전설사(典設司) 별좌의 관직에 이어 통정대부 승정원 좌승지의 관직과 그 겸직으로 경연(經筵) 참찬관(參贊官)의 관직에 추증되었다. 이광호의 관사명 앞에는 “행(行)”자가 첨기되어 있는데, 이는 행수법(行守法)에 따른 것으로 통훈대부는 정3품 하계인 반면 전설사 별좌의 관직은 5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이시춘의 모 원주원씨 항목은 맨 앞에 “봉(奉)”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시고 살면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인(貞夫人)”이라는 2품관의 아내에게 내리는 종부직(從夫職)이 기록되어 있다. 처 안동권씨는 41세의 나이이며, 4조 중 증조 권재일(權載一)은 통덕랑의 품계를 가졌고, 나머지 3인은 모두 학생으로 나타난다. 이 호구단자의 노비질에는 총 50구의 노비가 등장하는데, 그 중 노는 20구이며, 나머지 30구가 비이다. 여기에는 1769년에 도망한 1구의 노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식년 호구단자에서 사라진 노비는 6구인 반면, 이번 식년에 새로 등장한 노비는 2구에 불과하여 지난 식년에 비해 4구의 노비가 감소하였다. 감소한 노비는 사망한 노비 2구 외에 매득비 솔례(率禮)의 네 소생이 한꺼번에 사라지고 있다. 노비질을 통해 볼 때, 매득비와 그들의 소생이 노비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비를 집중적으로 매득하면서 비를 중심으로 노비를 경영해 갔으며, 이를 통하여 2세, 3세를 생산함으로써 노비의 보유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가는 모습을 확인시켜 준다. 부모가 모두 노비일 경우 그 자식의 소유권은 모친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었으며, 1731년(영조7) 종모종량법(從母從良法)의 실시 이후 노비의 신분은 모의 신분을 따르도록 규정되었다. 따라서 노보다는 비를 보유하는 것이 노비경영에서 유리하였다. 호구단자 노비질에서 노비의 모를 밝히고 있는 것 역시 노비의 신분과 소유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