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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년 아무개 간찰(簡札)
기본정보
해제
미상년 발급자 미상인이 안부를 주고받고 근황 등을 알리고자 발급한 간찰이다. 발급연월일은 기재하지 않고 ‘卽朝’라고만 하여 상대에게 편지를 받은 당일 아침을 표현하였고, 발급자 정보로 ‘服弟不名’이라고만 기록하여 당시 복상(服喪) 중이었고 정확한 인명은 알 수 없으며 다만 평교간 정도였음을 알 수 있다. 수신자는 미상이다. 전날 상대의 편지를 받고 위로되었지만 답장이 늦었다고 하면서, 공부 하는 상대의 체후가 좋은 지 물었다. 상대가 보내준 시를 감상하면서, 과연 큰 문장가[大手筆]가 지은 두공부(杜工部, 杜甫)의 ‘남이 놀랠 만한 시구[驚人句]’라고 할 만하고, 마치 파사시(波斯市)에 들어간 것만 같아 어찌 그 사이에 부근(斧斤)을 쓸 수 있겠냐고 하면서, 문미(門楣)에 함께 걸어 두고 보면 매우 영화로울 것이라고 하는 등의 말로 칭송하고 있다. 행판(杏板)은 상대에게 힘입어 좋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하면서, 반을 나누어 하나는 남겨두고 하나는 보내드릴 것이고, 가격은 50동(銅) 정도라고 들었으니 그것도 반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속히 바둑판[棋局]을 만들어 노년에 날을 보내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하면서 감사해 했다. 끝으로, 서울 소식은 몹시 기다리고 있으나 여태 듣지 못했고 조지(朝紙)도 이어서 도착한 것이 없다고 했다. 본문에서 언급된 ‘두보의 경인구’는 남이 놀랠만한 뛰어난 시구를 의미하고, ‘파사시’는 ‘페르시아의 저자’라는 뜻에서 화려하고 놀라운 별세계를 뜻한다. 모두 상대가 지은 시가 매우 뛰어났음을 칭송하는 말이다. 또한 ‘살구나무 판[杏板]’은 세시풍속에서 보통 입하(立夏) 때 찬수개화(鑽燧改火)하는데 사용한 목재였다. 여기에서는 바둑판을 만들기 위해 50동 짜리 1판을 절반만 매매했던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통해 시 작품과 시평을 주고받은 모습, 거래되었던 물품과 개략적인 가격, 서울 소식 또는 조보를 주고받는 등 정보유통과 관계망에 관해 그 당시 사람들의 실생활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적 가치가 있다.
원문
謹謝上昨問甚慰迫暮稽謝旋用悵悚而暫晴復陰伏惟夜來做候益衛否第寶唾果當大手筆而可作長城亦可謂杜工部之驚人句也如入波斯市者安所用斤斧於其間耶揭楣竝擧之示與榮極矣何可更言杏板如非吾兄之周章何以得此好好品乎卽爲鉅半留一呈一售其價聞當幾近五十銅云故亦送其半未知然否速令造成棋局而從此衰境消遣之資莫非攸賜耶京耗者迨未聞而朝紙亦不繼到耳姑不備卽朝服弟不名拜謝